눈물로 만난 하나님의 인도하심
창세기 29:9–20
먼 길을 떠나 외삼촌 라반을 찾아온 야곱은 우물가에서 라헬을 보자마자 입을 맞추고,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린다(창 29:11). 오랜 여정 끝에 마침내 도착한 ‘하나님의 인도하심의 자리’. 그 감격이 얼마나 복받쳤을지 상상해 본다.
이 장면을 묵상하다 보니, 내가 새로운 은행 지점으로 이직했을 때의 한 순간이 떠올랐다. 새 직장에서 만난 동료 중 한 명이 내가 예전에 일하던 방식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. 정돈된 일 처리, 철저한 책임감, 스스로 모든 걸 감당하려는 모습까지. 그 모습을 보는 순간, 예전의 내 모습이 오버랩되며 마음 한켠이 뭉클해졌다.
그러던 어느 날, 그 직원이 갑작스레 사직 의사를 밝혔다.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고, 더는 버틸 수 없다고.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, 마치 야곱처럼 나도 눈물이 났다. 상담 중에 서로 부둥켜 안고 울면서, 내가 겪었던 감정과 그 직원이 품고 있던 고통을 함께 나누었다. 라헬을 만난 야곱이 울었던 것처럼, 우리도 그 자리에서 각자의 여정을 꺼내놓으며 서로를 위로했다.
돌이켜 보면, 하나님은 이 만남도 예비하고 계셨던 듯하다. 내가 그 직원의 마음을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, 먼저 비슷한 시간을 걷게 하셨고,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이직을 인도하셔서 결국 우리는 같은 자리에서 함께 일하게 되었다. 지금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동료로서, 이전보다 더 깊은 신뢰와 따뜻한 공감으로 일터를 지켜가고 있다.
본문 속 야곱은 라헬을 얻기 위해 7년을 마치 며칠같이 여겼다고 고백한다(창 29:20).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여정에는 때로 긴 기다림과 눈물이 필요하지만, 결국 그것은 선을 이루는 길이 된다.
나를 아시고, 나보다 앞서 모든 상황과 관계를 예비하시는 하나님. 그분의 손길을 다시금 깊이 느낀다. 오늘도 그 은혜 안에서, 누군가의 눈물을 이해하고 감싸는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.

아멘 아멘! 집사님은 그런 분이세요....!